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는《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은 2025년 5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는 샤갈의 미공개 유화 7점을 포함한 총 1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그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
이번 전시는 샤갈의 미공개 유화 7점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그의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
전시는 '기억', '주요 의뢰 작품', '파리', '영성',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지중해', '꽃'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샤갈의 예술 세계를 다각도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
특히,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와 예루살렘 하다사 의료 센터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공간은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슈퍼 얼리버드 티켓은 4월 9일부터 4월 12일까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며, 이후 단계별로 할인율이 조정됩니다 .
티켓은 예술의전당, 티켓링크, 네이버, 인터파크 등에서 예매할 수 있습니다 .
전시 개요
- 전시명: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
- 기간: 2025년 5월 23일(금) ~ 9월 21일(일)
-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 2전시실
-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입장료: 성인 25,000원 / 청소년·어린이 18,000원 / 36개월 미만 무료
마르크 샤갈, 색으로 사랑을 말한 화가
— 환상과 현실, 신화와 일상이 공존하는 시인의 붓끝
“내 그림은 꿈과 같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말한다.”
이 한 문장만큼, 샤갈을 잘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요?
그의 작품은 대체로 조용하고 따뜻하며, 말보다 더 진한 감정을 그림 안에 품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연인, 꽃을 든 사람, 악기를 켜는 동물들.
그의 그림은 현실과 환상 사이, 기억과 사랑 사이에서 언제나 떠다닙니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러시아 제국의 작은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나,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낸 예술가입니다.
그는 피카소나 마티스처럼 뚜렷한 운동이나 사조에 속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깊고 넓은 감정의 세계를 담아냈습니다.
비텝스크, 그림의 뿌리가 자라난 곳
1887년, 샤갈은 러시아 비텝스크라는 도시에서 태어납니다.
아홉 남매 중 장남이었고, 유대교 전통이 강한 가난한 집안이었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가 끓여주는 수프, 유대인의 결혼식, 토라를 외우는 목소리,
시장과 회당, 그리고 가끔 들려오던 바이올린 선율로 채워졌습니다.
샤갈은 어릴 적부터 자신이 보는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의 그림에는 그 당시 경험했던 풍경과 감정들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나는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 말처럼, 샤갈의 작품 속에는 유년기의 환상, 사랑, 신앙, 공동체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파리, 상상력의 날개를 얻다
1910년, 스물세 살의 샤갈은 예술의 수도, 파리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입체파, 야수파, 상징주의, 푸비즘 등 다양한 예술 사조와 마주하게 되죠.
특히 입체파의 기하학적 해체와 상징주의의 내면 표현은 샤갈의 상상력에 강한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그는 어느 한 사조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습니다.
샤갈은 말합니다.
“나는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나는 내 마음을 따른다.”
파리에서 샤갈은 마치 시를 쓰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색은 더 자유롭고 대담해졌고, 형상은 현실보다 감정을 우선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붓끝에는 현실을 해체하고 감정으로 재구성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 사랑, 그의 영원한 뮤즈 ‘벨라’
샤갈의 예술 세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단연 그의 첫사랑이자 아내였던 벨라 로젠펠드(Bella Rosenfeld)일 것입니다.
벨라와의 사랑은 그의 수많은 그림에서 하늘을 나는 연인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림 속 두 사람은 중력을 무시한 채 서로를 향해 날아오르고, 종종 공중에 부유한 채 포옹하거나 키스를 나눕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정이 전해지는 장면들입니다.
특히 1915년에 그린 작품 [생일(The Birthday)]은 샤갈이 벨라에게 느꼈던 깊은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표작입니다.
머리를 틀어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남자, 그리고 꽃다발을 안은 여인의 모습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삶 전체가 사랑으로 채워진 상태를 보여줍니다.
전쟁과 망명, 상실의 그림자
그러나 벨라와의 행복한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유대인이었던 샤갈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낯선 도시, 익숙하지 않은 언어,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무렵, 그의 아내 벨라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상실은 샤갈에게 엄청난 슬픔을 안겨주었고, 한동안 그는 붓을 들 수조차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하지만 그 슬픔조차, 그는 예술로 승화해냅니다.
이후 그의 그림에는 더욱 깊어진 색채, 그리고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허물어진 서정적 상징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샤갈의 상징, 색의 언어
샤갈의 그림은 곧 색의 시입니다.
그에게 있어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감정의 언어였습니다.
파랑은 그리움, 빨강은 사랑, 초록은 희망을 상징했고, 노랑은 신성하고 따뜻한 기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샤갈은 그림 속에 수많은 개인적인 상징을 담았습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 염소와 닭, 바이올린, 유대 회당, 무중력 상태의 연인, 이 모든 요소는 하나하나가 샤갈의 기억과 감정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입니다.
종교, 문학, 그리고 유리로 만든 그림
샤갈은 회화뿐 아니라 무대 미술, 벽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습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그의 예술 세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유산입니다.
대표적으로
- 프랑스 남부 니스의 샤갈 성서미술관
- 예루살렘 하다사 의료센터의 창문
- 유엔 본부 회의실의 평화벽화
-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
이 작품들에서는 종교적 신비성과 시적인 감성이 결합된 샤갈 특유의 색채 감각이 드러납니다.
그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면서도, 모든 종교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인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마르크 샤갈이 남긴 말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색채는 나의 시다. 그림은 나의 기도다. 그리고 사랑은 나의 언어다.”
샤갈에게 그림은 단지 미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삶 그 자체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감정과 기억을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그림으로 사랑을 이야기했고, 그의 붓끝에서 피어난 감정의 색들은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립니다.
마르크 샤갈,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샤갈은 1985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으며, 우리 각자의 기억 속에 어떤 장면처럼 남아 있습니다.
샤갈의 그림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삶은 때로는 무겁고, 꿈은 자주 흩어지지만, 사랑과 색은 여전히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오늘 하루가 조금 지쳤다면, 샤갈의 그림 한 점을 바라보며 당신 마음 안의 색을 조용히 되찾아보세요.
그곳엔 늘, 사랑이 있으니까요.